책소개
이 책은 1938년에 당대 최고의 수필을 모아 국내 최초로 수필 선집 형태로 간행한 ≪현대 조선 문학 전집-수필 기행집≫(조선일보사 출판부)에 수록된 글 중 27편을 엄선해 번역, 주해한 것이다. 1930년대 후반 출간 당시 울림이 컸던 작품 중 여전히 현대 독자들의 취향에 부합하고 공감과 관심을 끌 만하다고 판단되고, 아직 널리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 원본에는 총 열여섯 명의 작가에 총 4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열네 명의 작가가 쓴 총 27편의 작품을 선별, 수록했다[제외된 작가는 김동인(金東仁)과 노자영(盧子泳)이다. 김동인의 경우, 소설 <광화사(狂畵師)>가 실려 있어 수필 선집이란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관계로 배제했다. 노자영의 경우, 총 세 편의 수필이 실려 있는데, <반월성 순례기(半月城巡禮記)>처럼 주로 기행 수필이면서 문학적 감동과 여운 전달보다 기행지에 대한 단순한 사실 소개에 그치고 있는 것들이라 수록하지 않았다]. 물론 1985년에 국학자료원에서 ≪현대 조선 문학 전집≫(전 7책)을 영인·간행하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글들도 모두 영인본 형태로 묶여 나왔다. 또한 일부 글들은 수필집 형태의 단행본에 일부 포함되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차별성이라면, 첫째, 원문 표기를 최대한 살리고 원문이 주는 글의 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현대어로 쉽고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는 점, 둘째, 난해하거나 생경한 어휘와 표현에 대한 주석을 성실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그동안 여러 편의 수필들이 원문 표기 그대로 소개된 바 있지만 독자들이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사실 1920∼1930년대에 쓰인 작품이라지만, 이미 80∼90년이란 시간적 상거(相距)가 있을 뿐더러 오늘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휘와 고사(故事), 그리고 어색한 표현들이 적지 않아 오늘날 독자들이 쉽게 독서하기 어렵다는 점이 크나큰 아쉬움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비록 고전 텍스트는 아니지만, 시대적 차이에 따른 미적, 문학적, 수사적 풍미(風味)를 가급적 살리면서 가독성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썼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역주자가 1920∼1930년대 수필을 소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자평
1938년에 당대 최고의 수필을 모아 국내 최초로 수필 선집 형태로 간행한 ≪현대조선문학 전집-수필 기행집≫에 수록된 41편의 글 중 27편을 이민희가 번역, 주해하였다. 원본에는 총 열여섯 명의 작가에 총 4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열네 명의 작가가 쓴 총 27편의 작품을 선별, 수록했다. 제외된 작가는 김동인과 노자영이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첫째, 원문 표기를 최대한 살리고 원문이 주는 글의 묘미를 해치지 않으면서 가능한 한 현대어로 쉽고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는 점, 둘째, 난해하거나 생경한 어휘와 표현에 대한 주석을 성실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은이
안재홍(安在鴻)은 독립운동가·정치가. 호는 민세(民世). 1891년 11월 경기도 진위(振威)에서 태어났다. 일본 와세다대학 정치과를 졸업했고, 3·1 운동 이후 대한청년외교단을 조직해 활약했다. 중앙학교 학감(學監)과 기독교청년회 간사를 거쳐 시대일보사 논설위원, 조선일보사 주필(主筆) 및 사장을 역임했다. 광복 후에는 국민당 당수, 한성일보 사장, 제2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작품으로 <백두산 등척기> 외에 다수의 평론, 수필이 있다.
옮긴이
이민희(李民熙)는 강화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폴란드 바르샤바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파란·폴란드·뽈스까!−100여 년 전 한국과 폴란드의 만남, 그 의미의 지평을 찾아서≫(소명출판, 2005), ≪16∼19세기 서적 중개상과 소설·서적 유통관계 연구≫(역락, 2007), ≪조선의 베스트셀러≫(프로네시스, 2007),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 (글항아리, 2008), ≪역사영웅서사문학의 세계≫(서울대출판부, 2009), ≪마지막 서적 중개상 송신용 연구≫(보고사, 2009) 등이 있고, 국문 고소설 번역서인 ≪여용국전·어득강전·조충의전≫(지만지, 2010)과 대하 장편소설 번역서인 ≪낙천등운≫(공역, 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등이 있다.
지금까지 고소설·고전산문·고전문학교육·비교문학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고전문학과 수학·미술·인문지리학·행동심리학 등 인접 학문 간 소통에 골몰하고 있다.
차례
삶의 정경
우산 | 박태원
첫여름 풍경 | 박태원
병원 | 박태원
적권세심기 | 심훈
낙서 | 이태준
노변잡기 | 양주동
다락루 야화 | 양주동
기억의 표정
회향 |이원조
기설문 | 이은상
낙엽일기 | 이원
그 은행나무 | 박화성
주찬 | 김진섭
시대를 보는 눈
봄은 어느 곳에 |심훈
조선의 영웅 | 심훈
여인의 도성 | 이선희
고달픈 여인들 | 김자혜
그 늙은 인력거꾼 | 김자혜
지나는 길에서
금강산 비로봉 등척기 | 이광수
춘풍천리 | 안재홍
애급의 여행 | 정인섭
산성의 정오 | 박화성
깨닫는 소리
참회 | 이광수
사랑 | 이광수
창 |김진섭
그믐달 | 나도향
낙엽은 패잔병 | 김자혜
무수석불 |이은상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역주자에 대해
책속으로
나는 꽃을 사랑하지만 꺾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꽃은 봄의 중추(中樞)요 생명의 표지(標識)라, ‘탐화봉접(探花蜂蝶)’이란 말이 있거니와 꽃을 탐내는 것은 벌과 나비뿐이 아닐 것이니 무릇 생명을 가지고 생명을 예찬하는 자라면 누구든지 꽃을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모처럼 때를 만나 핀 꽃을 한 손으로 꺾어 버리는 것은 너무 잔혹(殘酷)한 짓이다. 꽃을 사랑한다면 마땅히 그 정원이나 촌락(村落)에 옮겨 심어 둘 것이요, 그 힘이 없으면 차라리 두고 볼 것이다. 꽃을 꺾으니 그 선연(嬋娟)한 방혼(芳魂)을 상함이요, 하물며 시든 뒤 먼지와 티끌과 함께 버리기는 더욱 할 수 없는 일이다. 봄의 꽃과 가을 단풍을 무수한 구경꾼들이 한 다발씩 꺾어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춘풍천리>